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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mo Deus 리뷰: 미래 기술의 철학, 인간의 한계와 가능성, GPT 시대의 자율성

     

    『딥싱킹』이 깊이 있는 사고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 『Homo Deus』는 그러한 사고가 왜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 되는지를 설명한다. 유발 하라리의 이 책은 기술이 인간의 몸, 뇌, 감정, 판단, 심지어 죽음에까지 개입하는 미래를 전제하고,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인간다움’이라는 개념을 해체한다. 이 흐름은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GPT 같은 생성형 AI, 생명공학, 알고리즘적 의사결정 시스템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딥싱킹』에서 우리는 GPT의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질문하고 검토하며 균형을 잡는 사고 훈련을 배웠다. 『Homo Deus』는 그 연장선에서, 인간이 스스로의 사고를 통해 기술을 어떻게 ‘통제’하고 ‘의미화’할 수 있을지를 근본적으로 묻는다. 그리고 이 질문은 곧 다음 리뷰인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으로도 이어지며, 더 이상 미래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설계하는 문제임을 시사한다.

    미래 기술의 철학

    『Homo Deus』는 단순한 미래예측서가 아니다. 이 책은 인간이 신의 자리를 욕망하는 순간, 어떤 기술적, 윤리적, 철학적 딜레마를 맞이하게 되는지를 매우 날카롭게 조망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개념은 ‘데이터교(Dataism)’다. 인간의 판단보다 데이터의 흐름과 처리능력을 더 신뢰하게 되는 사회, 즉 알고리즘이 신이 되는 시대를 상상하게 만든다. 이 지점에서 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단순 도구가 아니라, 인간 사고의 ‘대체 가능성’을 실감하게 만든다. 하지만 『딥싱킹』에서 다뤘듯, 기술이 제공하는 결과는 빠르고 편리하더라도, 그것을 선택하고 조정하는 능력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Homo Deus』는 인간이 이러한 기술적 진보 속에서 스스로를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으며, 어디서부터 스스로를 지켜야 할지를 되묻는다. 철학 없는 기술은 방향을 잃고, 철학 없는 사용자는 쉽게 도구에 종속된다. 그렇기에 GPT를 쓰는 우리의 자세는 단지 효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낼 가치와 방향성을 함께 설계하는 철학적 태도여야 한다.

    인간의 한계와 가능성

    하라리는 이 책에서 인간의 ‘신화’를 해체한다. 자유의지, 개성, 영혼, 그리고 자율성 같은 개념들은 알고리즘과 생명공학 기술 앞에서 도전받는다. 예를 들어 인간이 내린다고 생각했던 수많은 결정들이 사실은 뇌의 화학작용과 과거 데이터의 반복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인간은 과연 어떤 점에서 자유로운가? 이 질문은 GPT 시대의 개인이 반드시 고민해야 할 주제다. 우리는 GPT가 추천하는 문장, 콘텐츠, 판단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으며, 그 결과물은 어디까지 ‘우리의 것’인가? 『딥싱킹』이 말한 것처럼 질문을 던지고, 선택의 근거를 끌어올리는 사고력이 없다면, 우리는 점점 자율성을 상실하게 된다. 하지만 하라리는 인간의 무력함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그는 인간이 ‘이야기’를 창조하는 능력,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 그리고 공동체를 만드는 능력에서 여전히 기술을 넘어서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GPT는 정보는 줄 수 있어도, 의미를 창조하는 존재는 인간이라는 메시지는 이 책의 핵심 중 하나다. 우리는 그 의미 창조 능력을 사고력, 상상력, 철학이라는 방식으로 훈련하고 회복해야 한다.

    GPT 시대의 자율성

    『Homo Deus』의 통찰은 결국 GPT 시대의 사용자인 우리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가로 수렴된다. 인간의 자율성은 단지 ‘선택의 자유’가 아니라, 선택의 기준을 설계하는 힘에서 나온다. GPT가 아무리 많은 대안을 제시해도, 그중 무엇을 택할지 결정하는 힘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하지만 그 결정은 무의식적 소비가 아니라, 의식적 질문과 기준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난 이후, GPT를 사용할 때 더 많은 프롬프트를 짜기보다, 더 나은 질문 하나를 고민하는 데 시간을 쓰게 되었다. 『딥싱킹』에서 배운 깊이 있는 사고가 ‘기술의 유혹’에 휘둘리지 않도록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면, 『Homo Deus』는 왜 그 사고가 필요한지를 세계적 맥락에서 확인시켜주는 책이었다. AI 기술은 더욱 정교해지고, 인간은 점점 더 편해질 것이다. 하지만 편안함 속에서 자율성을 잃어간다면, 그것은 진보가 아니라 타협이다. 『Homo Deus』는 우리에게 기술을 예측하는 눈보다, 기술에 휘둘리지 않을 내면의 힘을 기를 것을 제안한다. 이는 GPT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철학이며, 다음 책인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이 보여줄 사회적, 정치적, 교육적 이슈들과도 깊게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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