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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방영된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사회의 무게에 짓눌려 살아가는 중년 남성과, 삶의 고단함에 지친 청춘 여성이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단순한 멜로를 넘어서 인간 본연의 고통, 회복, 연결을 조명하며 많은 시청자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주연을 맡은 이선균과 아이유(이지은)의 섬세한 연기는 극의 몰입도를 높였고, 이 작품은 종영 이후에도 오랫동안 ‘인생 드라마’로 회자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나의 아저씨>의 전체 줄거리, 주요 등장인물 분석,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상징과 메시지를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전체 스토리 요약
<나의 아저씨>는 건축 구조 엔지니어로 일하는 40대 중년 남성 박동훈(이선균)과, 비정규직으로 회사에서 일하며 빚과 고통 속에 살아가는 20대 여성 이지안(아이유)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박동훈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조용히 살아가지만, 회사 내 권력 다툼 속에서 위기에 처한다. 반면 이지안은 할머니를 부양하며 빚에 시달리는 현실에 냉소적으로 반응하며 살아가고, 감정 표현도 최소화된 채 세상을 등진 인물이다. 이 둘은 같은 회사에 다니는 상사와 하급 직원이라는 관계로 만나게 되는데, 처음엔 서로를 감시하고 이용하려는 목적에서 가까워진다. 이지안은 회사 상사 도준영(김영민)의 지시로 박동훈을 감시하며 그의 휴대폰을 도청하고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박동훈의 따뜻한 인간성과 고통을 견디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이지안은 죄책감과 동시에 위로를 받기 시작한다. 한편 박동훈도 무심한 듯하지만 점점 이지안의 고단한 삶을 이해하고 그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박동훈의 형제들(박상훈, 박기훈)과 주변 인물들 또한 이지안과 관계를 맺으며 그녀의 상처를 조금씩 어루만진다. 드라마는 두 사람이 서로를 통해 살아갈 이유를 되찾고, 완전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치유되어 가는 과정을 진솔하게 그린다. 결국 이지안은 자신의 도청 사실을 밝히고 회사를 떠나지만, 몇 년 후 새로운 삶을 시작한 모습으로 박동훈과 재회하면서 희망적인 여운을 남긴다.
주인공 캐릭터
이지안은 <나의 아저씨>에서 가장 복잡하고 상징적인 캐릭터다. 어린 시절 부모의 학대, 가정 파탄, 청소년기부터 이어진 생계의 무게, 그리고 살인 전과자라는 과거까지, 그녀는 ‘희망 없는 청춘’의 얼굴을 대표한다. 그녀는 할머니 유순애와 단둘이 살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여러 알바와 도청 같은 불법적인 일도 감수한다.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과 낮은 목소리는 그녀가 얼마나 삶에 무감각해졌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장치이다. 이지안의 캐릭터는 단순히 ‘불쌍한 청춘’이 아니라, 극한 상황에서도 살아남는 생존자이자, 극중 유일하게 사람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으면서도 결국에는 다시 신뢰하려 애쓰는 인간의 상징으로 작동한다. 그녀는 초반에는 박동훈을 도청하며 비열한 행동을 하지만, 그가 매 순간 선택하는 방식—욕망보다 도덕을, 편안함보다 정의를 선택하는 모습—에 감화된다. 점점 그녀는 그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말없이 그를 응원하며, 자신도 그런 삶을 살아보고자 결심하게 된다. 중반 이후 이지안은 자신이 도청해온 모든 내용을 털어놓고 용서를 구한다. 이는 단순한 고백을 넘어 그녀가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다. 극 후반에는 새로운 회사에서 다시 일하며, 삶을 주도적으로 개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지안은 <나의 아저씨>가 말하는 가장 중심적인 메시지—"사람은 사람으로 치유된다"—를 체현하는 인물이다.
박동훈과 주변 등장인물 분석
박동훈은 평범한 중년 회사원처럼 보이지만, 깊은 내면을 지닌 인물이다. 그는 성실하고 책임감 있으며,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지만 정이 많다. 그가 가족, 형제, 회사 동료, 그리고 이지안에게 보여주는 태도는 늘 일관되게 따뜻하고 진심이 담겨 있다. 회사 내에서는 능력은 있지만 권모술수에 약한 편이어서 도준영과 같은 야심가에게 쉽게 휘둘린다. 그러나 그는 결국 자신의 도덕성과 신념을 지켜내며, 타협하지 않는 삶을 선택한다. 박동훈의 형제인 박상훈(박호산)과 박기훈(송새벽)도 흥미로운 조연이다. 상훈은 알코올 중독자에 가까우며, 기훈은 영화감독을 꿈꾸다 좌절한 인물이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실패했지만, 서로를 감싸주고 삶을 유머로 이겨내려 한다. 이 형제들은 극의 무게감을 덜어주면서도 ‘가족’이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회사 내 캐릭터들도 드라마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도준영은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수단으로 삼는 인물로, 박동훈의 아내 윤희와 불륜 관계를 맺는다. 그는 냉철하고 야망 있는 전형적인 현대 사회의 인물이다. 반대로 동료 직원들은 인간적인 모습으로 박동훈을 지지하며, 마지막에는 연대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이런 인물들은 박동훈과 대비되면서 그가 왜 특별한 인물인지를 부각시킨다.
<나의 아저씨>는 단순한 로맨스 드라마가 아니다. 이 작품은 ‘위로’라는 단어를 가장 정제된 방식으로 구현한 드라마이며, 인간 관계의 복잡성과 가능성을 진중하게 탐구한다. 극 중 인물들이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지만, 서로의 존재로 인해 변화하는 모습은 시청자에게 깊은 공감을 안긴다. 이지안과 박동훈의 관계는 일방적인 구원이 아닌, 서로를 끌어올리는 치유의 관계였다. 드라마가 끝난 이후에도 오랫동안 마음속에 여운이 남는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을 닮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