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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o Deus』가 인간의 미래를 기술 중심의 철학적 질문으로 풀어냈다면,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그 문제의식을 사회 전반으로 확장한다. 유발 하라리는 이 책에서 기술, 정치, 경제, 교육, 인간성에 이르는 21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지금 우리는 어떤 세상을 만들고 있으며,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딥싱킹』과 『Homo Deus』에서 강조한 깊이 있는 사고, 인간의 자율성, 의미 창조의 중요성은 이 책에서 더욱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논의로 이어진다. 특히 GPT 시대의 콘텐츠 제작자, 기술 사용자, 비즈니스 전략가에게는 이 책이 단순한 사회학 에세이가 아니라, AI 시대의 시민으로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실전 매뉴얼처럼 읽힌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일수록 중요한 것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질문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사고의 독립성과 기술적 윤리감각을 되살리자는 외침이다.
기술의 윤리: 가능성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하라리는 반복해서 말한다. “기술은 중립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기술을 그저 도구로 여기지만, 실제로 기술은 사람들의 사고방식, 감정, 관계 방식, 심지어 권력 구조까지 바꾼다. GPT와 같은 생성형 AI도 마찬가지다. 정보 요약, 콘텐츠 작성, 창작 지원 등 다양한 가능성을 제공하지만, 어떤 기준과 목적으로 사용되느냐에 따라 그 사회적 파장은 달라진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이처럼 기술의 방향을 결정짓는 것은 결국 인간의 윤리적 선택임을 강조한다. GPT를 포함한 AI 기술은 인간의 편의성을 넘어서서, 책임성 있게 설계하고 사용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나아간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도구’ 중심 사고에서 ‘맥락’ 중심 사고로 전환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예를 들어 GPT를 사용해 글을 쓸 때, 그 결과가 단지 빠르고 효율적인가를 넘어서, 그 글이 독자에게 어떤 감정과 사고를 유도하는가를 고민하게 된다. 윤리가 빠진 기술은 무기일 수 있다는 경고는 단순한 추상적 메시지가 아니라, AI 도구를 매일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실질적인 경계선이 된다.
정보의 주권: 더 많은 정보보다 더 나은 선택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가장 인상적인 챕터 중 하나는 ‘정보의 주권’이다. 하라리는 여기서 정보가 무한히 제공되는 시대에, 인간이 어떻게 자기 정보를 통제하고, 정보의 노예가 되지 않으며, 자기 판단의 주도권을 지킬 수 있는가를 묻는다. 이는 곧바로 GPT 시대의 문제의식과 맞닿는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GPT에 질문하고, 수많은 데이터를 검색한다. 하지만 그 모든 정보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 사고하고 있는가? 아니면 단지 알고리즘이 제시한 최적값에 반응하고 있을 뿐인가? 『딥싱킹』에서 이야기했던 ‘질문 훈련’은 여기서 다시 빛을 발한다. 정보가 많을수록, 선택의 기준이 분명해야 한다. 나에게 맞는 정보, 필요한 정보, 해를 줄 수 있는 정보의 구분은 결국 사고력에 달려 있다. 이 책은 단순히 기술로 인한 프라이버시 침해를 우려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다루는 태도의 민주화를 주장한다. 모든 사람은 정보의 소비자가 아닌, 해석자여야 한다. GPT를 쓰는 우리가 이 점을 잊는다면, 정보는 자유가 아니라 통제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사고의 독립성: AI 시대, 인간의 몫은 무엇인가
하라리는 마지막으로 ‘교육’과 ‘자기 이해’를 강조한다. 21세기에는 지식보다 ‘판단력’과 ‘정체성’이 더 중요하다는 말은 단순한 교훈이 아니다. GPT를 비롯한 AI가 지식을 빠르게 제공하는 시대일수록, 그 지식을 어떤 맥락에서 사용할지 결정하는 사고의 독립성이 핵심 역량이 된다. 『Homo Deus』에서 인간의 자유의지를 기술이 침식할 수 있다고 경고했듯, 이 책은 한발 더 나아가 그 침식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경고한다. 그렇기에 GPT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스스로 사고하고 선택할 수 있는 힘, 그리고 그 선택에 책임질 수 있는 윤리적 자의식을 갖춰야 한다. 또한 ‘AI 시대에 인간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앞서 우리는 ‘기술을 어떻게 더 잘 활용할까’가 아니라, ‘기술을 마주한 나의 태도는 어떤가’라는 질문을 선행하여야 한다. GPT는 답을 주지만, 질문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이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바로 그 질문을 잃지 않기 위한 안내서이며, 지침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총 10개의 서적을 통해 얻은 디지털 시대와 인간의 사고에 대한 통찰을 리뷰를 통해 나누었다.